[조선일보] ‘무의미한 소리’로 세상과 통했다. 뮤지컬 쇼케이스 1위 ‘컨츄리보이 스캣’ 팀

조선일보 2005년 4월 11일 
‘무의미한 소리’로 세상과 통했다. 뮤지컬 쇼케이스 1위 ‘컨츄리보이 스캣’ 팀
홍상진·조수나·박경훈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 “이젠 해외시장 뚫을 것”

 

출발은 야박했다. 무대가 허락한 건 덜렁 15분. 작품에 쏟아부은 1년에 대면 눈깜짝할 시간이었다. 서울 대학로 신시뮤지컬씨어터에서 열린 뮤지컬 쇼케이스(맛뵈기 공연)는 밀림을 방불케 했다. 싹수 좋은 뮤지컬을 물색하러 온 제작자, 투자자 등 300여명이 객석을 메웠고, 13대1의 경쟁을 뚫은 5편의 작품들로 어지럽게 돌아간 무대의 승자는 한 팀뿐이었다.

“현기증이 다 납니다. 여기저기서 연락오고, 예상보다 뜨거운 반응에 흥분 반 걱정 반입니다.” 이날 3번째로 무대에 올라 호평받은 ‘컨츄리보이 스캣(Countryboy Scat)’의 작가 겸 배우 겸 연출 홍상진(28), 기획과 극작을 도운 조수나(여·32), 작곡과 연주를 한 박경훈(26)씨의 목소리는 들떠 있다. 밴드의 라이브 연주를 곁들인 콘서트 형식으로 짜인 이 작품은 쇼케이스 직후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상업화의 길이 트였다.

●2003년 6월 양만춘함
‘컨츄리보이 스캣’은 양만춘 밴드의 라이브 음악으로 무대를 채운다. 당나라군을 격퇴한 고구려 양만춘 장군의 이름을 딴 밴드는 리더 박씨를 비롯해 연주자들이 모두 해군 홍보단 출신. 이들은 군함(양만춘함)을 타고 외국 항구들을 돌며 공연을 함께한 전우였다.
작품의 아이디어는 ‘난타’ ‘점프’ 등의 배우로 활약했던 홍씨로부터 움텄다. 그는 2003년 6월 양만춘함을 타고 호주에 가 있던 박씨에게 시놉시스를 보낸다. 스캣(재즈에서 가사 대신 ‘다다다다’ 등 무의미한 소리로 노래하는 창법)을 바탕으로 한 뮤지컬은 한국에선 처음.

●2004년 4월 출항
박씨가 제대하자 본격적으로 팀을 꾸렸다. 홍씨가 쓴 시에 박씨가 곡을 붙였고 ‘보잘 것 없는 사람’ 등 노래가 한두 곡씩 쌓이기 시작했다. 웹디자이너로 일하는 조수나씨는 찬물 끼얹고 트집잡는 시어머니 역할을 맡았다. 조씨는 “예술성과 대중성을 두고 참 많이도 다퉜다”고 했다. 홍대 근처 클럽에서 공연할 계획이 엉클어지면서 목표는 그해 10월에 공모를 한 뮤지컬 쇼케이스로 바뀌었다. 워크숍을 통해 작가·작곡가 짝이 급조된 대부분의 팀들이 허둥대는 사이 제멋대로 노래하는 소년의 이야기 ‘컨츄리보이 스캣’은 발빠르게 뮤지컬을 빚었다.

●2005년 1월 뚝섬과 청담동
쇼케이스에서 객석을 흥분시킨 스캣은 세 개. 야생마가 허공을 향해 포효하는 소리인 ‘아 으아으아으아 으아으아으아…’, 말 달리는 소리 ‘쿠르쿠르치카카 쿠르쿠르치카카…’, 바람이 말을 잡아타는 소리 ‘투 루비루비루바래 루비루비루바래…’ 등은 모두 이 무렵 태어났다. 홍씨는 “‘눈치 100단’의 해군 홍보단 출신들이라 한 마디 툭 던지면 금방 기찬 곡을 뽑아냈다”고 했다. 다들 직업이 따로 있는 탓에 연습시간은 태부족이었다. 두 곡을 밤새 뚝섬과 청담동 작업실에서 따로 길어올린 날도 있었다. 홍씨와 조씨는 택시를 잡아타고 양쪽을 오가며 조언을 보탰고, 밤 12시에 들어간 사람들은 낮 12시가 돼서야 작업실을 나왔다. 이제 바늘구멍을 통과한 이들은 “60% 단계인 작품을 보완해 해외 시장까지 뚫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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